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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 씨앗 뿌리는 의사 과학자들
  • 202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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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벤처 숫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의대 출신의 창업자들이 신약개발의 한 부류를 형성하고 있다. 1세대로 벤처업계에 뛰어든 의사 출신 기업가들을 필두로 2세대 의사 과학자들의 벤처창업이 줄을 잇고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신약개발 외에도 컨설팅, 의료기기, 진단 등 다방면으로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AI, 디지털 헬스케어 방향으로 관심을 향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의사 출신 벤처기업가들은 의료 현장을 경험한 만큼 현장에 맞춤화된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대 교수 출신의 한 벤처 대표는 "의사들의 벤처 창업 아이템은 실제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게 특징"이라며 "의술이나 치료가 행해지는 병원 임상 현장에 초점을 맞춘 실효성 높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약개발 생태계 발전 차원에서 젊은 의사들의 유입이 늘어나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상장 바이오텍 대표는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의대로 몰려가 의료 서비스를 행하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신약개발 현장으로도 유입돼야 한다"며 "시니어 의사들이 바이오벤처에 자리잡고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도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장사 대표로 자리자리잡은 1세대 의사 기업가들

의사들의 바이오벤처 창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의대 출신 바이오기업가 중 상장사 대표를 맡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 1세대다. 1세대 의사 기업가들은 한 차례 사업을 키워 매각했거나 어느정도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마련한 모습이다.

코스닥 상장사 에스티큐브의 정현진 대표가 그 중 한명이다. 서울대병원 임상병리과 전문의 출신인 정 대표는 현재 GC녹십자셀로 이름이 바뀐 이노셀의 창업자다. 이노셀은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로 잘 알려진 곳이다. 정 대표는 과거 이노셀 지분과 경영권을 녹십자에 매각 후 새롭게 에스티큐브를 인수했다. 미충족 수요 분야를 중심으로 항체의약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코스피 상장사 세원셀론텍 장정호 대표도 1세대 의사 출신 기업가다. 세원셀론텍은 플랜트 사업과 함께 조직재생 임플란트 등 생체재료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연 매출이 1300억원 가량 된다. 장 대표는 가톨릭대의대를 나온 정형외과 의사 출신으로 셀론텍을 창업했으며 연골세포 치료제 '콘드론'을 개발했다. 이후 셀론텍이 상장사 세원이앤티를 흡수합병하면서 우회상장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나 서정선 마크로젠 대표는 코스닥 벤처 1세대 전형이다. 서울대의대 출신으로 양윤선 대표는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전문의, 서정선 대표는 서울대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을 거쳤다. 유전자 진단기업 캔서롭의 이왕준 대표도 서울대의대 출신이다. 외과전문의 이왕준 대표는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계열사 엠제이셀바이오 대표로 항암세포치료제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제2의 에이치엘비'란 별명으로 여의도 증권가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젬백스앤카엘 김상재, 송형곤 대표도 한양대의대를 나온 의사 출신이다. 작년 800억원대 매출이 기대되는 클래시스 정성재 대표도 한양대의대 출신이다. 클래시스는 미용 의료기기 분야에서 자리를 확고히 잡았다. 시가총액이 8000억원 수준을 형성했다.

AI신약 플랫폼으로 작년 말 국내 첫 상장 사례를 보여준 신테카바이오 김태순 대표는 인하대의대 출신이다. 코스닥 제넨바이오는 장기이식 전문가인 김성주 전 삼성의료원 장기이식센터장이 수장을 맡았다. 작년 바이오벤처 업계로 나온 그는 성영철 제넥신 회장과 손잡고 제넨바이오 대표를 맡아 바이오 장기 개발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의대에서 벤처, 신약개발 도전 행렬...바이오 생태계 자양분

최근 비상장 벤처 업계에 자리한 의사 출신 대표들은 1세대와는 또 다른 양상을 띤다. 의대를 졸업하고 오랜기간 의과대 교수직을 역임하거나, 혹은 국내외 제약사 생활을 경험한 후 벤처를 창업하는 케이스가 많다. 1세대 벤처인들이 주로 줄기세포 등 세포치료제 쪽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면역항암제, 마이크로바이옴, 뇌질환신약 등으로 보다 분야를 넓혔다. 이들 가운데 속속 상장 채비를 갖추는 곳도 늘고 있다.

연세대의대 내분비내과 교수 출신인 남수연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는 신약개발업계에서 주목받는 여성 CEO다. BMS, 로슈 등에서 글로벌 제약 무대를 경험한 후 유한양행 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빠른 신약개발 속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비상장 벤처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를 맡은 지 얼마 안돼 작년 말 중국 제약사와 9000억원 규모의 면역항암제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며 한번 더 관심을 받았다.

유한양행 계열사 이뮨온시아에는 미국에서 내과 및 류머티즘 분과 전문의로 다년간 임상현장을 경험한 송윤정 대표가 자리했다. 서울대의대 출신인 송 대표는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면역학 중개 연구 전문성을 쌓았으며 사노피에서 신약개발 조기임상리더를 맡기도 했다.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 이슬기 교수가 창업한 디앤디파마텍도 주목받는 회사 중 하나다. 디앤디파마텍은 이슬기 교수 외에도 테드 도슨, 마틴 폼퍼 등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진들이 창업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등 뇌질환 신약을 개발 중이다. 디앤디파마텍은 작년 시리즈B로 1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상장에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비상장 벤처에도 의사 출신 대표들이 자리했다. 서울대의대 출신 박한수,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가 그 예다. 박 대표는 광주과학기술원 의생명공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배 대표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출신이다. 또다른 마이크로바이옴 개발업체 MD헬스케어에는 서울대의대 내과 교수 출신 김윤근 대표가 있다. 김윤근 대표는 서울대의대를 졸업했으며 서울대의대 교수,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 이화융합의학연구원장 등을 거쳤다.

패혈증 치료제 개발 분야에는 면역학 전문가인 성승용 샤페론 대표, 박영민 단디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 눈에 띈다. 성승용 대표는 서울대의대 출신이다. 카이스트에서 공중보건의를 마친 후 서울대의대 교수로 임용됐으며 이후 서울대의대 내 벤처로 샤페론을 창업했다. 박영민 대표는 전북대의대 출신이며 건국대 의생명과학연구원장을 역임했다. 박 대표는 건국대 의전원 교수로 있으면서 단디바이오를 창업했다.

신약개발 컨설팅 분야로도 의사들의 진출이 잇따른다. 방영주 서울대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후배인 옥찬영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함께 최근 방앤옥컨설팅을 창업, 설립 등기를 마쳤다. 임상개발을 비롯해 신약개발에 필요한 전략컨설팅을 시작한다. 방영주 교수는 약 30년간 병원 현장에서 환자들의 암 치료에 전념해 온 항암 분야 대가로 꼽힌다. 옥찬영 교수는 서울대 교수 역임 후 AI진단 업체 루닛에서 메디컬디렉터로 벤처계에 들어왔다가 이번에 방앤옥컨설팅을 공동창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