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혁 기자] 샤페론은 2008년에 서울대 학내 벤처기업으로 설립된 신약 개발사다. 난치성 염증질환을 표적하는 염증복합체 억제제 플랫폼과 나노바디 항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샤페론은 지금까지 두 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3월에는 국전약품에 경구용 치매 치료제 ‘누세린’의 한국 권리를 기술이전했다. 계약금은 10억 원을 수령했다. 다른 계약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4월에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 특발성 폐섬유화증 치료제 ‘누세핀’을 기술이전했다. 선급금 20억 원은 올해 2분기에 인식했다. 마일스톤은 280억 원이며 로열티는 별도로 책정된다.
GPCR19 표적하는 염증복합체 억제제
염증반응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 외부 병인성 물질(PAMP) 또는 요산, 콜레스테롤, 아밀로이드 베타와 같은 내인성 손상 물질(DAMP)에 의해 시작된다. 염증물질이 세포 내 염증복합체를 활성화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생성된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지속적으로 과다 방출될 경우 급성 및 만성 염증 질환이 발생한다.
샤페론의 파이프라인은 서로 다른 염증신호의 상위 신호조절 매개체인 ‘GPCR19’를 표적한다. P2X7수용체가 GPCR19수용체에 결합해 염증복합체를 제어하는 기전을 활용한다.
샤페론에 따르면 GPCR19 표적 염증복합체 억제제는 염증 활성 단계 및 염증 개시 단계의 염증신호 산물과 사이토카인을 포괄적으로 억제한다. 기존 염증복합체 억제제 대비 광범위한 염증 인자를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페론은 GPCR19 표적 P2X7 매개 염증복합체 억제제 기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제인 ‘누세핀’과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누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누세린’ 등을 개발하고 있다.
누세핀은 면역세포와 혈관세포에 존재하는 염증복합체를 억제하며 체내 염증조절세포의 수를 늘려 광범위한 염증 병리를 억제하는 파이프라인이다. 주요 염증 인자인 L-1β, IL-18은 물론, 코로나19 환자에서 나타나는 ‘TNF-α’, ‘IL-6’ 등의 염증 인자도 차단한다.
누겔은 면역세포와 피부세포에 존재하는 염증복합체의 활성을 차단해 아토피피부염과 연관된 사이토카인인 ‘TSLP’의 발현을 낮춘다. 누겔은 TH1 및 TH2 면역반응의 불균형을 정상화해 아토피피부염의 임상적 증상을 개선한다. 또한 다양한 피부 섬유 단백질의 발현 증가를 통해 피부조직의 재생을 촉진한다.
아토피 치료제, 美 1b·2상 Pre-IND 미팅 완료
샤페론은 누겔에 대한 임상 2상 시험을 2020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등 국내 5개 종합병원에서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까지 치료를 마친 3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중간 분석을 수행한 결과 높은 효과 및 안전성을 확인했다.
현재 환자 등록을 마치고 바이오마커를 분석하고 있다. 최종 결과 보고서가 나오면 내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 기술이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수의 국내외 기업들과 구체적인 기술이전을 논의하고 있다.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서양인 환자 대상 임상도 준비 중이다. 지난 4월에 임상 1b·2상에 대한 Pre-IND 미팅을 마쳤다. 미국 임상 2상을 마친 후에 2024년 아시아 외 국가에 대한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누세핀은 기존에 패혈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물질의 적응증을 코로나19로 확대했다. 2020년에 루마니아의 5개 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시작했다.
지난해 발표한 임상 2상 최종 결과에서 증상 개선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지난 1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다국가 임상 2b·3상 승인을 받았다.
누세린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연구되고 있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의 ‘IL-1β’와 ‘TNF-α’ 생성을 동시에 강하게 억제해 신경염증(neuro inflammation)을 질환 초기단계부터 완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식세포 작용을 증대시켜 치매 유발인자를 감소시킨다. 이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Aβ plaque)의 유의적 감소 및 뉴런의 정상화, 치료의 궁극적 목표인 인지 능력 개선을 확인했다. 2020년 3월에 국전약품에 기술이전했다.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크기 작고 면역원성 낮은 나노바디 항체치료제
나노바디는 일반적인 항체의 중사슬 중에서 항원을 인식하는 가변영역만으로 구성된 소형 항체다. 낙타과 및 상어의 혈액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크기가 15kDa으로 기존 항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작으며 상동성은 인간 항체와 80% 이상으로 면역원성이 낮다.
샤페론의 나노바디 플랫폼 기술은 기존 항체 대비 작은 크기와 안정된 구조로 조직 침투성과 항원 접근성을 향상시킨다. 샤페론이 개발 중인 나노바디 항체치료제는 작은 크기와 높은 안정성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항체 치료가 갖는 약점인 낮은 반응률, 높은 부작용, 제한적 투여 경로 및 높은 생산 비용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샤페론은 나노바디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 및 항바이러스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이중항체 면역항암제인 ‘파필릭시맙’ 등의 전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또한 다수 기업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이중항체, mRNA 제형, PROTAC과 같은 혁신 기술을 나노바디 플랫폼에 접목하고 있다. 공모로 모집한 자금은 임상 및 연구개발 자금과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